
KTA, 태극 8장→5장 축소 강행 논란… 국기원 심사규정과 정면 충돌
남궁윤석 / 한국태권도신문 대표 겸 발행인
태권도 승품·단 심사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국기원이 제정한 심사규정과 심사규칙에 따라 전 세계 200여 개국이 동일한 기준으로 운영되는 공적 자격 제도다. 태권도 심사의 권위는 통일된 기준과 규정 준수에서 비롯된다.
최근 대한태권도협회(KTA)가 이사회에서 심사시행규정과 심사시행규칙, 표준심사시행 매뉴얼을 의결하면서 1품 품새 심사 범위를 기존 태극 1장부터 8장에서 1장부터 5장으로 축소하는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안은 단순한 운영 방식의 변경이 아니라 태권도 심사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논란을 낳고 있다.
국기원 심사규칙 제17조는 유급자 품새를 태극 1장부터 8장까지로 규정하고 있으며 별표 3 「표준심사과목」에서도 1품 심사는 태극 1장부터 8장 범위에서 2개의 지정품새를 적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국기원 심사규정과 심사규칙 어디에도 1품 심사를 태극 1장부터 5장으로 시행할 수 있다는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심사 권한의 구조다. 국기원 심사규칙 제25조는 심사수임단체가 심사 권한을 위임받기 위해서는 심사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과 국기원장의 승인을 거쳐 계약을 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재위임 역시 국기원의 규정과 위임계약의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심사규칙 제27조는 심사수임단체와 심사재수임단체가 심사 시행에 있어 국기원의 심사규정, 심사규칙 및 관련 지침을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심사수임단체의 역할은 국기원이 정한 심사 기준을 충실히 집행하는 것이지, 그 기준을 자체적으로 변경하는 것이 아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KTA는 국기원과의 간담회에서 1품 품새 심사를 태극 5장까지로 운영하는 방안을 요청했지만 국기원이 이를 승인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자체 이사회 의결을 통해 이를 심사 운영 기준으로 정했다면 이는 국기원 심사규정과 위임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결정으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태극 품새를 8장까지로 할 것인가, 5장까지로 할 것인가가 아니다. 태극 5장까지로 조정하는 것이 교육적 측면이나 수련생의 동기 부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제도의 필요성과는 별개로 국기원이 정한 심사 기준을 심사수임단체가 자체적으로 변경할 권한이 있는지는 반드시 따져봐야 할 문제다.
만약 심사를 위임받은 KTA가 국기원의 승인 없이 핵심 심사 기준을 변경할 수 있다면 앞으로 어떤 심사 기준도 각 단체의 이사회 의결만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국기원 심사규정의 권위는 물론, 전 세계가 동일한 기준으로 운영해 온 태권도 승품·단 심사제도의 통일성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태권도는 어느 한 단체의 전유물이 아니다. 동시에 어느 단체도 임의로 심사 기준을 변경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다. 그 중심에는 국기원의 규정 체계가 있으며 모든 심사 위임은 그 규정과 절차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 태권도계가 필요로 하는 것은 침묵이 아니라 설명이다. KTA는 어떤 법적 근거와 어떤 위임 범위 안에서 이러한 결정을 내렸는지 태권도인들에게 명확히 밝혀야 한다. 또한 국기원 역시 이번 사안이 현행 심사규정과 심사규칙에 부합하는지 분명한 입장을 제시해야 한다.
태권도 심사의 권위는 어느 한 단체 및 기관의 결의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기원이 정한 규정을 모든 심사수임단체가 동일하게 준수할 때 비로소 공정성과 공신력이 유지된다. 그 원칙이 흔들리는 순간, 태권도 심사의 공정성과 국기원의 권위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번 기준 변경 논란의 본질을 국기원 집행부가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이사회는 분명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