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장님, 우리는 지금 무엇을 가르치고 있습니까
남궁윤석/한국태권도신문 대표 겸 발행인
지금 대한민국 태권도장은 생존의 벼랑 끝에 서 있다. 골목마다 힘차게 울려 퍼지던 기합 소리는 점점 줄어들고 아이들로 가득했던 도장에는 빈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저출산과 경기침체, 치솟는 임대료와 인건비 속에서 수많은 관장님들은 오늘도 무너질 듯한 현실을 버텨내고 있다.
한 명의 수련생이 너무나 소중한 시대가 되었다. 차량 운행과 놀이형 프로그램까지 도입하며 어떻게든 도장을 지켜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것은 변질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절박함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누구도 쉽게 현장의 지도자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반드시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태권도는 단순히 운동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예절과 인내,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배우는 무도이다. 힘든 수련을 반복하며 스스로를 이겨내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감을 얻고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와 자신을 통제하는 힘을 배운다.
과거 부모들이 아이의 손을 잡고 태권도장 문을 두드렸던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우리 아이를 강한 사람보다 바른 사람으로 키워 달라.” 태권도장은 단순한 운동시설이 아니라 사람을 성장시키는 교육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일부 도장에서는 승급 이벤트와 흥미 위주의 경쟁이 수련의 본질을 대신하고 있다. 기합보다 웃음이 많아지고 정신수양보다 아이들의 관심을 붙잡기 위한 프로그램이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아이들이 즐겁게 운동하는 것은 중요하다. 시대가 변했고 교육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흥미는 수련의 도구가 되어야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즐거움만 남고 철학이 사라진다면 태권도는 결국 다른 키즈 스포츠나 돌봄 서비스와 다를 바 없는 공간으로 변해갈 수밖에 없다. 차량 운행과 놀이 프로그램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절제와 존중, 자신을 이겨내는 힘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은 태권도만이 지켜야 할 가치여야 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도자의 철학이다. 아이들은 관장님과 사범님의 말보다 태도 속에서 평생의 가치를 배운다. 관장님과 사범님의 한마디는 어떤 아이에게는 평생의 자신감이 되기도 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태권도 지도자는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바꾸는 교육자여야 한다.
앞으로 살아남는 도장은 시설이 화려한 도장이 아닐 것이다. “우리 아이가 이곳에서 변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도장이 결국 오래 살아남게 될 것이다.
디지털 중독과 학교폭력, 사회성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는 오늘날,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단순한 놀이 공간이 아니다. 자신을 통제하고 타인을 존중하며 어려움을 견디는 힘을 배우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태권도가 반드시 지켜야 할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태권도계는 중요한 갈림길 앞에 서 있다. 시대 변화에 적응하되 무도의 본질을 지켜낼 것인가. 아니면 본질을 잃은 채 단순한 돌봄 서비스 산업으로 남게 될 것인가.
결국 태권도의 미래는 시설이나 이벤트가 아니라 지도자의 철학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러한 철학을 올바르게 세우고 이어가는 데에는 교육기관으로서 세계태권도본부 국기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순한 승단 심사 행정을 넘어 지도자의 품격과 무도 정신, 올바른 교육 철학을 제시하고 이끌어가는 중심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도의 정신이 사라진 태권도는 언젠가 이름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태권도의 미래는 결국 어떤 기술을 가르치는가보다 어떤 정신을 심어주는가에 달려 있다.
관장님, 우리는 지금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