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터를 생각하면서...
[기고] 한 선 재 : 국기원 사무처장
국기원은 1972년 건립되어 반세기 동안 각계 지도자들의 배출뿐만 아니라, 세계 태권도 심장으로 든든히 자리 잡았다. 그동안 국왕, 여왕, 총리, 장관, 대사 등 3,527여 명의 각국 지도자들이 방문했다. 이러한 글로벌 기반으로 이동섭 원장은 미래 50년의 청사진을 설계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역량 있는 정책전문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글로벌 기관으로서 책임과 위상이 높아져야 한다. 다른 기관의 제도와 외부 전문가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조직문화가 관료화되어 더 발전할 수 없다. 전문가 영입에 대한 조직의 반발과 저항은 국기원의 성장을 가로막는 바리게이트가 될 수 있다. 기득권을 버리고 새로운 시스템을 받아드리는 것이 개혁의 출발선이며 성장 동력이다. 관습의 그릇에 균열을 가하는 도전과 용기가 필요하다.
경영자의 꿈이 크면 그만큼 기관은 성장한다. 국기원은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할 과제들이 많다. 기관장의 경영마인드를 뒷받침할 인사·경영권은 보장되어야 하고 인적구성이 두터워야 정책목표를 실현할 수 있다. 구성원들은 부정과 비리에 얽히지 않고 적대감보다 연대감을 소중히 여겨야 효율성으로 나타난다. 인적 이해관계보다 부서 간 파트너십 업무기반의 문화가 조성되어야 성과로 연결된다.
모든 제도는 시대 변화에 반 박자 앞서가야 한다. 정관, 규정, 규칙은 세상 규범에 맞게 개선되어야 한다.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제도와 사고방식을 걷어내는 자율적 혁신능력과 교육과 연수를 통한 직무능력을 향상시킬 제도가 시급하다. 직무격차 해소는 결국 행정서비스의 질을 좌우하게 된다. 무엇보다 기관을 묶고 있는 관행의 쇠사슬을 끊어 내는 자성과 결단력이 요구된다.
일부 몰상식한 직원들은 자료와 정보를 외부로 유출하여 업무를 방해하는 일이 빈번해 우려스럽다. 외부에서 압력이 들어와도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기원과 태권도를 위하는 일이다. 언론은 사회적 공기(公器)이며 제3의 권력이다. 실패한 것은 과감하게 지적하고 성공한 정책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문화가 아쉽다. 흔히 ‘소문을 쫓지 말고 진실을 쫓으라.’는 말이 있다. 중상모략이나 사악한 사람의 횡포로부터 보호되어야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다.
사회가 투명해져 공적업무를 수행하는 구성원들의 청렴지수에 대한 기대가 높다. 이동섭 원장은 청빈한 품성을 지닌 지도자다. 자기관리가 철저한 사람으로 평판이 높다. 직원들에게 ‘법을 준수하고 청렴하게 일하라.’는 것이 경영철학이다. 청렴경영은 부정과 비리가 발생했을 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신상필벌의 원칙하에 공정하고 엄정하게 처리해야 투명성이 높아진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은 옛것을 지키면서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는 자세를 말한다. 태권도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정통성과 역사를 계승하면서 연령별 인구변화에 따른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목적사업의 고도화, 신기술 보급과 대중화, K-콘텐츠 육성 등을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특히 세계 지원·지부 등 글로벌 시장의 개척은 미래를 준비하는 핵심전략이다. 태권도의 지속성장을 위한 국내·외 정책추진은 단기 성과보다 멀리 내다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태권도는 대한민국 국기(國技)로 지정된 문화유산이다. 이는 세계 스포츠 종목 중 태권도가 유일하다. 세계태권도본부 국기원은 더 넓은 세계로 나가야 한다. ‘국기’로 확실하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규제나 간섭에서 벗어나야 한다. 독립성과 자율성이 확보되어야 정통무도와 올림픽 종목으로 국제 경쟁력이 높아진다.
지난 3월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2023 국기태권도 한마음 대축제」가 개최되었다. 참가인원 20,291명이 접수해 12,263명이 기네스 도전에 성공했다. 대한민국 심장인 서울 광화문광장의 문화를 바꾸고, 세계태권도 50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썼다는 평가다.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면서 사람과 조직은 성장했고, 국기원에 대한 인식은 달라졌다. 사무처장으로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 한마음 대축제의 효과가 도장활성화로 연계되길 기대한다.
인간의 뇌는 늘 편한 것에 익숙해 있다. 혁신을 위해서는 익숙한 것과 단절은 피할 수 없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개혁의 성과는 금방 나타나지 않는다. 두려워하지 않고 눈치 보지 않고, 얽매이지 말고 차근차근 혁신의 근력을 키워가는 노력이 바람직하다.
국기원과 태권도는 유무형의 브랜드 가치가 높다. 그만큼 할 일이 많고 갈 길이 멀다. MZ세대들과 함께 숨은 잠재력을 발휘하여 미래 설계도를 그려가야 한다. 이들은 국기원의 변화를 이끌어갈 수호자들이다. 강압적이고 불합리한 행동보다 공감하고 경청하는 설득의 리더십으로 유연하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2억명의 세계태권도 가족들은 국기원의 새로운 혁신과 도약을 갈망한다. 혁신은 살아있는 호랑이 가죽을 벗기는 것만큼 고통스럽다. 힘든 일을 회피하거나 말기술이 아닌 문제해결 능력이 조직을 변화시킬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생각으로 국기원에 의미 있는 흔적과 태권도인들이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한선재 국기원 사무처장 약력
-전남 진도 출신
-태권도 공인9단
-현대자동차 실업선수
-25년 도장경영
-부천시태권도협회장
-경기도 태권도9단회 부회장
-국립인천대 강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부천시의회 의장(4선)
-경기도 평생교육진흥원장
-전국평생교육진흥원장 협의회장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 자문위원
-태권도 학사
-의회정치학 석사
-행정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