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태권도신문] 한국 대표팀은 아제르바이잔 바쿠의 크리스털홀에서 열린 2023 세계태권도연맹(WT) 세계선수권대회 마지막 날인 4일(현지시각) 남자 87㎏+급에 출전한 배윤민(25·한국가스공사)과 여자 52㎏에 출전한 인수완(19·한국체육대)이 각각 16강, 32강에서 탈락하면서 메달을 추가하지 못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박태준(19·경희대·54㎏급), 배준서(23·강화군청·58㎏급), 강상현(21·한국체육대·87㎏급)이 금메달, 진호준(21·수원시청·68㎏급)이 은메달을 따내면서 금메달(120점) 3개, 은메달(50점) 1개로 남자부 종합우승(점수 410점)을 차지했다. 2017년 무주 대회 이후 4연패다. 세계선수권 데뷔전 금메달을 거머쥔 한국의 신성 박태준은 대회 최우수남자선수(MVP)에 뽑혔다.
다만 여자부는 8개 체급 전부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이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부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건 1987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여자부 대회가 시작된 이래 3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세계선수권에서 여자부 종합우승을 놓친 건 역시 2009년 코펜하겐 대회(우승 중국), 지난해 과달라하라 대회(우승 멕시코) 이후 세 번째다. 과달라하라 대회는 한국 여자 태권도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노 골드'를 기록한 대회이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튀르키예가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여자부 우승(260점)을 차지했다. 여자 49㎏급 챔피언인 메르빈 딘첼(24·튀르키예)은 최우수여자선수에 선정됐다.
한국 팀이 웃고 우는 사이 바쿠에서는 세계적인 세대 교체 바람이 불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144개 국가 중 24곳이 메달을 획득했다. 64명의 메달리스트 가운데 처음 세계선수권 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35명(54%)으로 과반에 이른다. 처음 챔피언 자리에 오른 선수도 남녀 최우수선수 박태준과 딘첼을 비롯해 9명이다. 이들 중 다수는 24살 이하 선수들이다. 아울러 WT는 대회 개막 후 6일 차인 지난 3일까지 기준 유튜브 스트리밍 생중계를 160만명 이상 시청하는 등 흥행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에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역사상 가장 많은 13명의 난민 선수가 참가했다. 특히 WT와 태권도박애재단(THF)이 2016년부터 태권도 교육을 지원해온 요르단의 아즈락 난민 캠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예흐아 알고타니(19)가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2017년 무주 대회, 2019년 맨체스터 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세계태권도선수권 현장을 찾았다.
조정원 WT 총재는 이날 한국 취재진과 만나 위 성과를 두루 짚으면서 "이번 대회를 평가하자면 10점 만점에 8.5점"이라고 자평했다. 특히 조 총재는 "WT가 난민 지원 등 활동을 통해 올림픽 정신을 앞장서서 리드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IOC도 각별히 고맙게 여긴다"라며 "상대적으로 경험 쌓기도 어렵고 정보도 어두운 난민 선수들이 올림픽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한국에 초청해 집중 훈련을 제공하거나 전문 코치를 지원하는 등 방안을 생각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전날 WT 선수위원에 당선된 이대훈(31), 셰이크 시세(30·코트디부아르), 우징위(36·중국), 케서린 알바라도(35·코스타리카) 네 명의 위원은 이날 폐막식에서 임명장을 받고 임기를 시작했다. 특히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코트디부아르 역사상 처음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던 시세는 이날 남자 87㎏+급에서 우승해 선수위원 임명장과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같은 날 받았다. 시세는 이 대회 전까지 4번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지만 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개최국 아제르바이잔은 비록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감투상을 받았고, 캐나다는 장려상을 받았다. 한국의 안홍엽 코치는 최고의 남자 지도자상을, 튀르키예의 알리 샤힌 코치는 최고의 여자 지도자상을 받았다. 최고의 남자 심판상은 아이만 아다르베(요르단) 심판에게, 최고의 여자 심판상은 브루나이에서 활동 중인 김병희 심판에게 돌아갔다.
한편, 다음 대회는 오는 2025년 중국 우시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