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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태권도 정신에 관한 담론(1)

 

 

태권도 정신에 관한 담론(1)

 

 

김용철(재중 대한태권도협회 회장)

 

태권도 정신을 명확히 정립해야 하는 것은 태권도인들의 행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태권도인들의 삶에 대한 진정한 의의와 의미를 부여하는 가치관과 인생관을 올바로 세우는데도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체의 기세(气势)만을 믿고 태권도 수련의 진정한 가치와 의의에 배치되는 무모함과 방자함을 행하고도 그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태권도인들이 적지 않아 태권도 정신을 바로 세우는 것이야 말로 대단히 시급한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외의 태권도인들 사이에서 태권도 정신에 관한 적지 않은 논의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태권도 정신은 무도인으로서 수긍하고 긍정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하에서 논의되고 이해되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민족의 문화,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신과 사상이어야 하며, 무도인이라면 반드시 지니고 있어야만 하는 것으로 다수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신이어야 하고, 태권도 기술 속에 잠재되어 있는 무형의 가치를 지닌 정신이어야만 한다고 본다.

 

우선 항간에 떠도는 태권도 5대 정신이라고 하는 “예의, 염치, 인내, 극기, 백절불굴”은 전 ITF 총재 최홍희가 제창한 것으로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태권도 정신이라 생각하고 사용하고 있는 데, 이를 태권도 정신으로 인정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이 5대 정신 중에 예의, 염치는 제나라 때 관중이 말한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4가지 기강 준칙”인 “예”, “의”, “염”, “치”을 그대로 사용하여 예와 의를 묶어 예의로, 염과 치를 묶어 염치로 그 의미를 단순화하고 축소한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물론 최홍희 전 총재가 말한 예의는 예의 의의와 내용을 나타내는 예의(禮義)가아닌예의형식과격식을나타내는예의(禮儀)라 할지라도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었기에 “관중의 4덕”인 예와 의를 한데 묶은 “예의(禮義)”라 이해된다.

 

어쨌든, 중국의 춘추시대 때 나라를 유지하기 위한 기강 준칙과 백성의 덕성스러운 가치관을 수립하기 위에 만들어 놓은 4가지 덕목들을 모두 태권도 정신으로 채택한다는 것은 매우 적절하지 않다고 보여 진다.

 

또한, “극기”는 예와 관련이 있고, “인내”는 일본 무사도의 정신과 유사한 점이 있으며, “백절불굴”은 전쟁사로 점철된 봉건시대와 군벌시대의 군인정신을 떠올리게 하여 태권도 정신으로 사용하기에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그리고 국기원이 발간한 태권도교본에 태권도 정신이라 기재된 유교의 충, 효 사상, 불교의 호국정신, 도교의 무언실행 역시도 태권도 정신으로 채택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중국 한나라 이전에 충(忠)이라는 개념은 논어에서 증자(曾子)가 말한 ”吾日三省吾身:为人谟而不忠乎?에서 알 수 있듯이 “忠”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일, 사람과 사물의 관계에서 성심성의를 다해 대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데, 태권도 교본에서 다루고 있는 “충”은 별다른 설명이 없어 국가와 상사에 대한 복종만을 맹세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

한나라 한무제 때 유학자인 동중서가 국가와 군주에 복종을 맹세하는 의미로 강조했던 “충”은 봉건시대나 오늘날 군인들과 국가 공무원들에게나 어울리는 정신으로 생각되며, “효”는 한국을 포함한 동양의 전통적 미풍양속이자 덕목으로써 인류가 마땅히 지켜야 하는 천리인 것이기에 태권도의 정신이기 보다는 인류의 정신이라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적합해 보인다.

 

또한, 개인의 해탈을 위해 세속을 떠나 생활하는 대부분 승려들과는 무관하게 전쟁에 참여한 일부 승려들의 호국정신을 내세워 태권도의 정신이라 내세우는 것은, 역사적으로 한반도에 발생한 전쟁과 변란으로 인해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 삼국, 고려, 조선의 일반 백성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들의 호국정신은 숭고하게 여기지 않는 것으로 보여 매우 적절치 못하다.

 

그리고 도교는 세상사와는 무관한 자유로운 삶을 위해 세상을 등지고 은둔하며 불로장생의 신선이 되기를 추구하는 종교로써 도교의 무언실행 정신이 태권도의 정신에 포함되는 것은 전혀 어울리지 않으며, 오히려 인재양성과 후학 지도에 일생을 바쳤던 조선 성리학의 대부 퇴계 이황 선생이 주창한 진지(真知)와 역행(力行)의 정신을 택하는 것이 훨씬 적절하다 생각된다.

 

태권도 정신의 핵심은 “예”가 되어야 한다.

태권도 정신은 각 시대와 지역색을 띈 정신과 가치관념에 국한되거나 얽매이지 않는 초시대적이고 초공간적인 정신과 가치관념이 반영되어야 하며, 특히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공격적 기술을 습득하는 무도이기 때문에 도덕심을 유지시켜줄 수 있는 도덕정신이 배어 있어야 한다.

 

“예”는 “天理의 节文이며 人事의 仪则”이라 했듯이 “예”는 자연의 규율과 이치는 물론 인간사와 인간성의 본질과 본성을 신체의 행위와 행동을 통해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귀로 들을 수 있게 밖으로 드러낸 것으로 시대와 지역의 정신과 가치관념을 초월한다.

 

“예”에는 의식을 주로 나타내는 예의(礼仪)와 예의 의미와 의의, 본질과 예법에 관한 (礼义)로 구분해 볼 수 있다.

 

태권도 정신으로 예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이유는 한반도는 “예의 나라”로 고조선 시대부터 조상신과 자연신에 대한 제사로 형식적 예법이 대단히 성행한 지역으로 조선에 이르기까지 예를 숭상한 역사가 거의 3천 년에 달한다.

 

특히, 조선은 건국과 함께 중국 송 대의 성리학을 정치이념으로 받아들여 성리학을 기반으로 “내성외왕”을 실현하고자 했던 왕조였기에 성리학의 이념을 세상에 널리 보급하고 정착시키기 위해 예의 실천을 적극 권장하였으므로 조선의 예학에 관한 연구와 실천은 가히 세상에 비견할 나라가 없었다. 해서 오늘날까지 “예”는 우리의 전통 사상과 문화를 대표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조선시대의 대유학자이며 성리학자인 李滉(退溪1501年-1570年)선생이 평생을 바쳐 연구하고 천착해 온 성인이 되기 위한 학문을 “성학”과 더불어 “예학”이라고도 지칭하는 데, 이는 성인이 되기 위한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일상에서의 “예”의 실천임을 깊이 깨닫고 “예학” 연구와 저술에 지대한 공헌을 하여 조선 후기의 예학 발전과 “예” 실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퇴계 선생은 “颜子의 四勿과 曾子의 三贵를 보고 视听言动의 용모와 말투로부터 공부를 한다면 그것은 이른바 외면을 제어하여 그 내면을 기르게 한다는 것이다. 정자는 말했다. 정제엄숙하기만 하면 마음이 통일되고 마음이 통일되면 비벽한 것들의 간섭이 저절로 없어진다.” 라고 하여 “예”을 갖춰 의복을 입고 용모와 말투를 바로 하는 것 만으로도 탁하고 혼탁하여 사기가 들어있는 마음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바로 태권도인들에게 꼭 필요한 외면의 단정함을 통해 내면을 바르게 하고자 하는 바와 상통하는 면이 있다.

 

태권도는 일격필살의 공격 기술들을 주로 단련하고 중시하는 격투무예의 형태로 발전해 왔으므로 태권도 수련 시에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체득하게 되는 폭력성과 살기는 결코 피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이러한 사기(邪气)를 잘 다스리고 억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예”의 습득과 실천은 대단히 중요하다.

 

“예”는 신체도덕이라 불리울만큼 “예”의 실천은 마음이 평정을 찾고 안정을 유지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태권도에서의 “예”는 정제엄숙 (整齐严肃) 즉, 도복을 정갈하고 단정하게 차려 입고 몸을 엄숙하게 단속하는 것을 시작으로 도장 내 수련 시 행하는 모든 일체의 엄중, 경계, 신중, 단정, 엄숙함의 행동은 바르고자 하는 감정을 일으켜 심을 감응케 하는 것으로 외면을 제어하여 내면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심신을 단정하고 바르게 만드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이 수도 없이 반복됨으로써 심신이 자동적으로 재귀적 반응에 작동하고 순응하면 심신은 저절로 바르고 곧게 된다. 그러므로 태권도인에게 있어서 “예”을 태권도 정신으로 받아들여 실천과 체득을 통해 예를 생활화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사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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