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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남창도장 강유진 사범. 2022 WTTU 강신철 태권도 근기 세미나 칠레 기행문

 

2022 WTTU 강신철 태권도 근기 세미나

(남미 여행의 시작, 산티아고)

남창도장 수석사범 강유진(6단)

 

#1 우연에서 인연으로

2018년 남창도장은 개관 30주년을 맞이했다. 여기에 강신철 관장님의 태권도 인생 50년까지, 큰 행사를 준비하기에 명분이 뚜렷했다. 이란에 태권도를 뿌리내리기 시작한 1985년보다 3년 늦게 남창도장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30년의 시간 동안 강신철 관장님을 통해 태권도를 시작하고 태권도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제자들이 꽤 많아졌다. 8명의 수석사범과 그 밑으로 지도사범, 사범, 부사범, 교사진까지 모두가 하나가 되어 행사를 준비했다. 행사는 크게 두 꼭지로 이루어졌다. 한국에서 남창도장에서 최초로 여는 국제 오픈 세미나와 수원시민회관을 대관하여 이루어진 시범공연이다. 이미 해외 태권도인들에게는 셀럽이나 마찬가지인 강신철 관장님께서 오픈 세미나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14개 국가에서 참가신청을 했다. 그 중 한 국가가 칠레였다. 칠레에서 온 참가자들은 세 명. 아돌포, 다리오, 바스티안을 처음으로 만난 것은 세미나에서였다. 아돌포는 칠레 팀의 제일 맏형이었고, 다리오는 그의 친동생, 바스티안은 함께 태권도를 수련하는 동료이자 아돌포의 후배이다. 나에게 ‘칠레’는 순례길 말고는 들어본 적도, 가본 적도 없던 나라였다. 다행히 아돌포와 다리오가 영어를 할 수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었고, 그렇게 칠레에서 온 세 남자는 2박 3일 동안 열정적으로 교육에 임했다.

 

그 후로도 아돌포 사범은 남창도장을 두 번 더 방문하였다. 목적은 ‘근기’를 배우기 위해서다. 오픈 세미나에서 근기를 접한 그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칠레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태권도도 가르치고 있던 그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교수법이었다. 자국에서 배우고 수련한 태권도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입장이 되면서 부족한 점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그런 그에게 근기는 너무나 매력적이고 효과적인 교육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최대한 짧게 오더라도 24시간이 걸리는 칠레에서 두 차례에 걸쳐 한국에 와 근기를 배우는 모습은 정말 인상 깊었다. 태권도에 대한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그 중 한 번은 오랜 시간동안 단심사를 치르지 못한 아돌포의 사연을 듣고 강신철 관장님과 선생님께서 발 빠르게 외국인 승단심사를 알아봐주셨고 4단 심사를 보게끔 도와주시기도 하였다. 며칠 남지 않은 4단 심사를 앞두고 아돌포를 가르쳐주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다. 그 후 근기를 통해 태권도장의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WTTU에 대하여 관심을 가진 아돌포는 WTTU 회원 가입과 관장님의 세미나에 대해 물어보았고, 그렇게 하여 이번 칠레 세미나가 성사된 것이다.

 

태권도에 관심을 갖고 이런 저런 자료들을 검색해보면서 ‘마스터 강(강신철 관장님)’을 알게 된 외국인들이 참 많다. 아돌포도 ‘발차기 혁명(Revolution of Kicking)’ 이라는 영상을 보고 관장님을 알게 되었고, 우연히 2018년 국제 오픈 세미나에 대한 소식을 듣고 무작정 한국행 티켓을 끊었다. 그렇게 우리와 인연이 되어 코로나 이후 칠레에서 ‘22022 WTTU Grand Master Kang’s Taekwondo Geungi Seminar’를 개최하였다.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먼저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어떤 우연이 좋은 인연이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다양한 일들을 해보고 그 안에서 인연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신비롭고 소중한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일이었다.

 

 

#2 정예 멤버들

아돌포와 세미나를 하기로 약속한 것은 2년 정도 전이었다. 2020년에서 늦으면 2021년 즈음 세미나를 열고 싶어했지만 코로나19는 우리들의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 온 세상을 고통스럽게 했다. 그리고 결국 2022년 10월 29~31일을 세미나로 결정해 준비하게 되었다. 아돌포에게는 2년 정도 세미나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생겼으니 좋았고, 항상 준비가 되어 있는 남창도장 지도진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비행기 티켓팅부터 세미나 관련 준비사항은 선생님과 연락을 통해 아돌포가 차근히 준비해나갔다. 관장님께서는 티켓팅에 맞추어 칠레에 함께 갈 지도진을 결정하시는 고민만 하면 되었다. 아돌포가 그 먼 나라에 처음으로 준비하는 세미나여서였을까, 지도진들을 여러 명 데려오길 원했다. 우선 과테말라에 정파 사범으로 가 있는 김진수 지도사범은 거의 고정 멤버로 정해졌다. 그리고 한국에서 세 명의 지도진이 더 오면 좋겠다고 하여 전반적으로 시기가 적절한 멤버를 추렸다. 매번 해외 세미나를 갈 때 동행을 희망하는 WTTU 한국협회 관장님들도 함께 갔는데 이번 칠레 세미나에는 대구 용인대우석태권도장의 조상우 사범님이 가게 되었다. 그렇게 칠레 세미나를 함께 갈 인원은 관장님, 조상우 사범님, 나, 김진수 지도사범, 토니 네벨 사범, 박지완 부사범 총 6명으로 결정되었다.

 

용인대우석태권도장 조상우 사범님은 WTTU KOR 기획이사를 오래 해오셨다. 대구에서는 태권도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분이고, 태두 한국협회 임원으로도 성실하게 임무를 하고 계신다. 오랜 시간동안 대한태권도협회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 오신 분인 만큼 이번 칠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해주셨다. 김진수 지도사범은 남미의 매력에 풍덩 빠져서 아무래도 이번 생은 중남미 대륙에서 보내지 않을까 싶은 정도이다. 남창도장 12년차이자 한국체육대학교를 졸업한 에이스로 품새, 시범 모두 실기 능력이 잘 갖추어져 있다. 페루에서 2년 정도 품새 국가대표를 지도했고, 1년 몇 개월 차 과테말라에 정파사범으로 나가 군인과 경찰들을 지도하고 있다. 열심히 스페인어를 공부하더니 현지인들과 기본적인 소통이 가능해 이번 교육에서 실기와 통역을 맡아 큰 일을 해주었다. 토니 네벨 사범은 강신철 관장님께 태권도를 배우겠다고 무작정 한국을 온 한국 혼혈 독일인이다. 곧 있으면 한국살이 12년차가 된다. 세계태권도연맹 시범단으로 2년 간 활동하기도 했고, 요즘에는 위력격파에 심취하여 매일 단련 중이다. 독일에서 물리치료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전문가여서 남창도장에서는 지도진이자 치료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칠레의 긴 일정 동안 강신철 관장님 컨디션을 잘 관리해주었고, 40대임에도 실기적으로 부족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어 참가자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었다. 박지완 부사범은 남창도장 8년차, 얼마 전 전역을 한 파릇파릇한 예비역이다. 군 전역을 앞두고 칠레에 함께 갈 지도진을 추리는 중 갈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선배 형들보다 품새와 시범에서 기술적으로 밀리지 않는 실력을 갖추고 있어 믿음직스러운 멤버이다. 실제로도 칠레 세미나 기간 동안 가장 몸을 많이 썼다.

 

이렇게 각자가 중요한 역할을 맡아 하루하루 부족하지 않게 임무를 수행하였다. 누가 먼저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세미나 둘째 날이 끝날 때 즈음부터는 다들 목소리가 쉬었을 정도로 매일 열정을 다 해 지도했다. 칠레 여정이 다 끝나고 한국에 돌아와 단톡방에 강신철 관장님께서 남기신 한 마디는 아마도 우리 모두의 피로를 싹 녹여주었을 것 같다. “나는 이번 세미나가 역대 수십회 교육 중에서도 지도진들의 기량이 가장 빛난 세미나였다고 자부한다.” 물론 매 번 세미나가 최고의 지도진들로 뭉쳐져 강신철 관장님과 함께 하였을 테지만, 여러 차례 함께 세미나를 간 나의 기억으로는 이런 초특급 칭찬은 처음이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3 기내는 인내를 시험하는 공간(한국→칠레)

칠레는 정말 먼 나라였다. 일단, 시간상으로 한국과 12시간 차이가 난다. 그래서 현지와 한국 시간 계산이 정말 편하긴 했다. 비행으로는 최소 2번의 경유를 거쳐야 하는 거리. 아돌포가 끊어준 티켓은 인천-밴쿠버-토론토-산티에고 이렇게 세 번의 경유를 해야 했다. 다행히 출국 날 밴쿠버 날씨상의 문제 때문이었는지 인천에서 토론토로 곧장 가는 티켓으로 변경이 되어 한 번의 경유가 줄었다. 그러나 문제는 12시간 토론토까지 가는 비행기에서였다. 10시간가량 아기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우리가 앉은 좌석 앞, 뒤로 두 명의 아가들은 울음소리를 토스하는 것 마냥 토론토로 가는 내내 울었다. 저렇게 울다간 아기가 실신하겠다 걱정될 정도로 계속 큰 소리로 울었다. 귀만 피로한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신경을 쓰다보니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엄마가 되는 일은 참으로 어렵구나’를 진지하게 느낀 시간이었다.

 

 

#4 2박 3일로는 부족해

강신철 관장님과 다섯 명의 지도진이 초청된 만큼 엄청난 수의 참가자들이 모이겠구나 하는 설렘 반, 걱정 반 하는 마음으로 비행기를 탔다. 산티아고에 도착하니 아돌포와 그의 팀 총 네 사람이 공항에 마중을 나와 있었다.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만큼 너무 반가웠다. 세미나 준비 과정에 대해 디테일한 정보를 받지 못했던 나는 호텔로 이동하는 동안 참가자 인원수 등 확인절차에 들어갔다. 200명 정도 예상인원과는 달리 60여 명 정도라는 답변을 받았을 때는 약간의 실망감이 올라왔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긴 하다. 러시아의 전쟁, 달러의 상승 등 여러 가지 국제이슈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지도진들 각자가 더 집중해서 지도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양보다는 질이 높아지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세미나 준비를 하였다.

 

칠레에 도착한 날은 10월 26일. 한국에서 26일에 출발하였는데, 24시간 이상을 걸쳐 도착한 칠레는 그대로 26일이었다. 시간여행을 한 셈이다. 이렇게 번 하루의 시간은 한국으로 돌아갈 때 반납을 해야 하지만. 26일, 27일은 세미나를 앞두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시간으로 보냈다. 소소히 산티아고 구경을 하는 정도, 그리고 세미나 첫 날을 완벽하게 준비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하는 정도로 보냈다.

 

29일부터 31일까지 총 2박 3일 세미나가 시작되었다. 29~30일은 주말이었고, 31일은 ‘할로윈 데이’이자 ‘모든 성인의 날(만성절)’을 기념하는 전 날이다. 세미나 기간 동안 연휴와도 같았기 때문에 초·중·고·대학교가 한 재단으로 있는 ‘Colegio Mariano de Schoenstatt(칼레지오 마리아노데 스코엔스태프)’ 학교를 빌려 세미나가 열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세미나 참가국은 총 8개로, 칠레, 우루과이, 브라질, 과테말라, 에콰도르, 프랑스, 베네수엘라, 콜롬비아에서 유단자들이 모였다. 제일 높은 단의 사범은 6단, 칠레에서 태권도협회 회장도 했었고, 칠레 NOC 위원으로도 활동한 로드리고 산체스 사범이다. 한쪽 눈은 실명, 다른 한쪽도 70%는 보이지 않아 얼마 전 무릎 타박상까지 일어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2박 3일 교육 기간 동안 옆에서 자리를 지켰다. 2019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강신철 관장님을 초청하여 세미나를 열었던 브라질 에반드로 사범(7단)도 참가했다. 프랑스 국적의 한국인 사범도 있었다. 이름은 성규, 현재 칠레 부인과 함께 살고 있는 그는 어릴 때 프랑스 부모에게 입양되었다고 했다. 아돌포 팀의 일원이 된 호세(Jose rodriguez)는 우르과이 사범으로, 몇 년 전부터 아돌포와 SNS를 통해 알게 되어 많은 배움을 얻고 있다고 하였다.

 

첫 날의 교육은 ‘기본’에 중점을 두었다. 오전에는 발차기의 수행을 높이기 위한 방법에 집중하였고, 오후에는 손동작과 보법의 수행을 높이는 방법을 가르쳤다. 태권도의 총체는 발자세, 손자세, 발차기에 있기 때문에 각 영역에 대한 기본기를 다질 수 있는 근기를 교육했다. 따라하기 어려운 한국말 용어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집중을 해 외치고, 따라했다. 나, 김진수 지도사범, 토니 네벨 사범, 박지완 부사범이 번갈아 가며 반복적으로 교육을 함으로써 참가자들도 차근차근 숙지할 수 있었다.

 

둘째 날은 본격적으로 기본동작들을 응용한 태권도의 기술을 가르쳤다. 오전에는 다양한 기술 발차기들과 스텝을 익혔고, 오후에는 유급자 품새부터 유단자 품새까지 각 단 별로 그룹을 나누어 가르쳤다. 내가 맡았던 4단 이상의 유단자들은 대부분 지태까지 알고 있었고, 일부 고단자들을 위해 천권까지 한 동작 한 동작 설명해주며 지도했다. 각 그룹별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는데, 동작의 세부적인 규정을 물어보기 보다는 근본적인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질문을 해서 흡족했다. 부족한 영어 설명임에도 귀 기울여 듣고 고개를 끄덕일 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보람을 느꼈다.

 

마지막 교육인 셋째 날 오전은 본격적으로 태권도 기술을 실제 적용하는 수련으로 채웠다. 다양한 힘의 사용을 이해하고 한번겨루기와 죽도를 통해 수련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2박 3일이 언제 이렇게 지나갔나 싶을 정도로 시간이 빨리 갔다. 이번 칠레 세미나에 참가한 사람들에 대해 인상 깊은 기억은 3단 이상의 사범들 대부분이 꾸준히 수련을 한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세미나를 다니다 보면 각 국가별 특성을 느끼게 되는데, 이번 교육에 참가한 이들은 예상보다 실기적으로 표준 이상을 보여주었다. 처음 보고 따라하는 것들도 꽤 있었을텐데 너무 어려워하거나 실기적으로 해내지 못하지 않았다. 똑같이 운동하는 사람으로서 ‘이들도 열심히 태권도를 하고 있는 사범들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도의 영역으로 활동범위가 바뀌면 스스로 운동할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운동량이 줄고, 실기능력도 젊을 때만 못할 수밖에 없어진다. 하지만 이런 자연적인 현상이 변명일 수도 있다. 가르치면서 틈틈이 내 운동을 할 수도 있고, 시간을 쪼개어 몸을 풀 수도 있으니까. 제일 앞줄에 서 있던 지도자들은 많으면 50대에서 40대였는데도 성실하게 잘 따라왔다. 무릎 부상이 있는 4단 칠레 사범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2박 3일 간의 교육을 잘 마쳤다.

 

영어보다 스페인어를 하는 인원이 더 많아서 중요한 통역은 내가 아돌포에게 영어로, 아돌포가 스페인어로 통역을 했고, 교육을 하는 동안에는 원활하게 김진수 지도사범이 스페인어로 했다. 태권도의 이점은 한국어로도 모든 교육과 훈련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나, 영어와 스페인어를 할 수 있으니 교육의 질이 더욱 올라간 것 같다. 참가자들은 모두 눈이 반짝였고 우리들이 설명하는 순간순간에 온 집중을 다하여 들었다. 총 60명의 참가자 중 여자는 13명으로 모두들 열심히 따라와 주었다. 참가자들에게 세미나가 좋은 영향을 미쳤구나 라고 느낄 수 있는 일들은 다분했다. 내년에 칠레 품새대표팀 코치를 맡게 된다는 조셀린 사범은 12월부터 3개월 간 한국 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하였다. 협회의 지원 일절 없이 자신의 실기와 지도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였다. 한국에 오면 남창도장에서 수련하고 싶은 의사를 밝혀 서로 연락을 하기로 약속해둔 상태이다. 이미 한 번 브라질에서 세미나를 열었던 에반드로 사범도 내년 즈음 세미나를 또 열 계획을 밝혔고, 과테말라 사범 또한 자국에서 세미나를 열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의지를 보였다. 참가자들은 순식간에 SNS 팔로우를 했고, 지도진들과 찍은 사진을 올리며 이번 세미나에 대한 만족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2박 3일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고 느낀 건 나 뿐만은 아니었다. 어떠한 일을 하는데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푹 빠져 있는 상황을 ‘몰입’이라고 한다. 지도진들도 참가자들도 모두 2박 3일을 몰입하며 보냈다. 몰입했다는 것은 그 상황에 완전히 집중한 상태, 그 시간을 오로지 즐기고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그 정도면 충분히 성공적인 세미나라고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람찼다.

 

 

#5 WTTU의 17번째 회원국

세미나가 시작되는 첫 날 첫 인사에 이어 WTTU 협약식을 맺었다. 이로써 칠레가 열일곱 번째 회원국이 되었다. 중남미로써는 2016년 엘살바도르가 회원으로 가입한 뒤 두 번째 회원국인 셈이다. 아돌포에게는 인생의 꿈을 실현시킨 날이기도 하다.

칠레는 태권도장이 따로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 유럽과 비슷하게 클럽으로 운영된다.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직업이 있으면서 시간을 따로 내어 태권도를 가르친다. 대개 특정 장소를 빌려 저녁 7시 이후부터 두타임 정도(아이들반과 성인반) 나누어 가르치는 정도이다. 아돌포는 기존에 하던 모든 일들을 정리하고 오로지 태권도 교육에만 몰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WTTU 가입은 중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자신에게 부족한 태권도 지식과 교육방법 등을 채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현재 아돌포의 팀 ‘Ancient & Mysthical Taekwondo Synergy Council’은 총 네 명의 지도진들이 이 팀을 꾸려나가고 있다. 도장 개념의 클럽에서도 태권도를 가르치고 연계되어 있는 일부 학교에 파견을 나가 수업의 일부로 가르치기도 한다.

“나에게 이번 세미나는 인생 전부였다”고 말했던 아돌포의 말이 떠오른다. 이번 세미나를 시작으로 앞으로 칠레와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

 

 

#6 산티아고와 비냐 델 마르

우선 날씨는 최고였다. 햇볕은 따사로웠지만 습하지 않았고, 그늘은 시원했다. 우리나라의 청명한 가을 날씨와 같았다. 칠레에 있는 내내 구름 한 점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아침과 저녁에는 꽤 쌀쌀하기도 했다. 우리가 머물던 산티아고 중심지는 가장 부유한 동네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인파가 바글거리지도 않았고, 주택들은 모두들 예쁘게 꽃과 나무로 장식되어 있었다. 아파트 베란다들은 저마다 알록달록한 꽃들로 꾸며져 있다. 그리고 칠레 사람들도 애완견을 많이 키우는 듯했다. 개와 산책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여유롭게 살고 있다는 증거다. 가로수들도 일정하게 똑같은 나무로 심어져있지 않고 다양한 나무들이 골고루 있었다. 야자수, 엄청 키가 큰 나무, 자두 나무 등등 길을 걷는 내내 가로수들을 구경하는 것도 꽤 보는 재미가 있다.

 

세미나가 열리기 하루 전, 그냥 시간을 보내기에는 아까웠기 때문에 근처 전통시장이라도 가보기로 했다. 무작정 찾아간 곳은 산티아고 현지를 제대로 느끼게 해준 ‘Plaza de Armas’였다. 내가 다녔던 유럽의 광장들과 흡사했다. 광장 한 편에는 오래된 ‘산티아고 대성당’이 보였다. 칠레 국민의 70%가 가톨릭이라고 했는데, 스페인 점령의 영향이 매우 컸을 것이다. 성당 내부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느꼈던 대성당의 웅장함을 고스란히 풍기고 있었다. 정말 화려하고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사이사이 골목길들은 명동거리처럼 다양한 민족들로 붐볐고, 잡상인들로 가득 찼다. 아돌포 팀이 위험하다고 느껴 데리고 가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다. 골목을 걷는 동안 마리화나 냄새를 맡기도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김진수 지도사범이 초특급 긴장감을 안고 관장님 곁에서 보디가드 역할을 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세미나 일정이 모두 마치고 우리들에게 남은 이틀간의 시간은 정말 칠레를 즐기는 여행의 시간이었다. 11월 1일은 산티아고를 쭉 둘러봤다. 사회주의 통치자에게 민주혁명을 했던 역사적인 곳으로 현재 대통령궁인 ‘Palacio de La Moneda(팔라시오 데 라 모네다 궁’)에 갔다. 입장은 불가하여 성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지하에 마련된 역사 자료들과 기념품 샵을 구경했다. 생각보다 볼 것이 많지 않아서 칠레의 역사가 그렇게 알차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처에 있는 ‘Museo de bellas artes(무세오 데 베야스 아르테스)’ 미술관도 구경했는데, 이탈리아에서 보았던 석상들이 떠오르는 만큼 예술적인 작품들이 많았다. 아돌포에게 이탈리아 조각상들이 떠오른다고 하니, 칠레에서도 로마의 조각상을 따라 많이 만들었다고 알려주었다. 칠레가 역사와 더불어 문화적인 부분에서도 이 나라만의 특색이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아기자기한 칠레 공예품들을 살 수 있는 ‘Patio Bellavista(파티오 베야비스타)’ 거리에 가서 도장 아이들에게 줄 선물도 사고 얼굴만 한 크기의 햄버거로 배를 채웠다. 마지막 행선지인 ‘Cerro San Cristobal(세로 산 크리스토발)’이 여행 첫 날의 하이라이트였다. 브라질의 랜드마크인 예수상처럼 산 크리스토발 언덕에 마리아 상이 서있다. 언덕을 올라가기까지 우리나라 남산타워처럼 걸어 올라갈 수 있지만 324m의 높이에 있는 만큼 이미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다. 국내보다 빠른 속도로 출발하고 이동하는 케이블카에 순간 긴장감이 밀려오기도 했지만 금세 속도감을 즐기고 있었다. 산 크리스토발 언덕에 도착하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산티아고 시내 전망이 한 눈에 내려다보였기 때문일까, 마리아 상 보다는 전경이 너무 멋졌다. 빈부 격차가 고스란히 보여지는 건물들은 이 나라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산티아고의 전경과 함께 저 멀리 제 모습을 자랑하고 있는 안데스 산맥의 경치는 아름다웠다.

 

둘째 날의 여행은 산티아고를 벗어나 아돌포가 거주하고 있는 ‘Viña del Mar(비냐 델 마르)’로 떠났다. 호텔에서 한 시간 반가량 차로 이동해야 해서 아침 일찍 나섰다. 해변에 위치한 마을인 비냐 델 마르는 아돌포가 자부한 대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생각보다 정체가 일부 구간에 있어서 시내 구경 대신 곧장 해변가로 향했다. 갈매기가 한두마리 보이기 시작했고, 해안도로에 진입하면서 수십 마리의 펠리칸이 보이기도 해 신기했다. 이 곳에서는 유명지라고 하는 ‘Reloj de Flores de Viña del Mar(비냐 델 마르의 꽃시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해변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오늘 여행의 목적은 흔적을 남기기 위함이었기 때문에 시내가 저 멀리 보이는 경치를 배경으로 해변에서 사진 촬영을 시작했다. 바닷물은 정말 차가웠다. 1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다리가 얼어버릴 것만 같은 정도의 온도였다. 발차기부터 시작해서 서로 자신 있는 작품 사진들을 촬영하던 중 관장님께서 대형을 맞춰 서보라 하셨다. 그간 해외 세미나를 다니며 유명한 관광지에서 사진촬영만 해왔었는데, 처음으로 영상 촬영을 시도하신 것이다. 칠레 팀과 함께 근기를 찍기도 하고, 지도진들만 영상을 촬영하기도 하였다. 멋진 경치와 더불어 시원한 파도소리, 우리들의 단합된 움직임이 필름에 담겼다. 전부 다 같이 명상하는 모습을 촬영할 때는 해변가에 놀러온 관광객이 대신해서 열심히 촬영해주기도 했다. 명상 촬영이 끝나자마자 나와 김진수 지도사범이 카메라를 받기 위해 벌떡 일어난 찰나에 파도가 진입하면서 모두의 엉덩이가 젖은 것은 정말 잊지 못할 광경이었다.(관장님 엉덩이도^^) 생각보다 긴 시간 동안 해변에서 촬영을 마친 우리들은 얼굴, 머리, 속옷 할 것 없이 모래로 뒤덮여 있었다. 모래가 날리는 와중에도 눈 번쩍 뜨고 발차기를 한 것이 보람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아름다운 해변을 바라보며 즐긴 마지막 만찬은 잊을 수 없다. 절벽에 잔잔히 부딪치는 파도소리,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갈매기, 칠레의 달콤씁쓸한 와인 한 모금, 입안을 바다향으로 감싸는 음식까지 마지막 여행 날의 마지막 순간은 모든 것이 완벽했다.

 

 

#7 아디오스, 칠레!

이제 좀 적응되었다 싶으니 떠나는 날이 되었다. 일주일 내내 청명했던 하늘에 출국하는 딱 그날에만 구름이 가득 찼다. 마지막 날은 아돌포만 마중을 나왔다. 모두들 평일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각자 일을 하러 갔기 때문. 아돌포에게는 이렇게 큰 행사를 준비하고 손님을 모시는 일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주일 간 여러 일들이 일어났고, 실수도 몇 가지 있었지만 지도진들이 부족한 부분을 메꿔주었고 아쉬운 부분들에 대해 피드백을 주어 많이 배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돌포 사범에게 내가 감명 받은 것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고 겸허히 배우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자존심을 내세우거나 고집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항상 받아들이고 배우겠다는 자세로 겸손함과 교양을 갖춘 사람이다. 본받고 싶은 모습이었다.

 

길쭉한 모양의 칠레를 짧게 일주일 보내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 파타고니아, 아타카마 사막, 발파라이소 등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유명지가 있지만 가보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8개 국가의 다양한 참가자들을 알게 되었고, 아돌포라는 식구가 생겼고, 지도진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고, 근기 세미나를 통해 보람을 느꼈으니 충분하다. 브라질과 칠레, 그 다음의 중남미 세미나는 어느 국가가 바통을 이어받을지 기대하며 “칠레, 아디오스!”

 

 

#8 기내 좌석은 복불복(칠레→한국)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은 예정대로 산티아고-토론토-밴쿠버-인천으로, 산티아고에서 토론토까지 10시간, 토론토에서 밴쿠버까지 5시간, 밴쿠버에서 인천 12시간, 중간 대기 시간까지 합쳐 총 32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하늘에서 하루 반을 보내는 일은 여간 쉬운 게 아니다. 그래도 칠레로 가던 날처럼 아기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아 다행이었다. 문제는 밴쿠버에서 인천으로 가는 마지막 여정. 가장 안쪽이자 내 옆자리에 앉은 여성(베트남으로 보임)이 수시로 왔다갔다하는 바람에 나와 박지완 부사범이 몇 번을 일어났는지 모른다. 그뿐만이 아니다. 내 귀를 의심할 정도로 트림을 계속 하는 것이 아닌가. 거의 비트박스 수준으로 혼자 떠들며 트림을 간간히 추임새처럼 하는데 인내심이 발바닥까지 내려가기 직전이었다. ‘어디가 많이 아픈 사람일거야, 비행에 적응을 못 해서일거야’ 등등 이유를 상상하면서 10시간을 견뎌냈다. 정말 많은 비행을 다녀봤지만 이번 칠레 기행만큼 고단한 비행은 처음이라 잊지 못할 것 같다. 기내 좌석은 정말이지, 복불복 현장이다!

 

 

#9 모든 일은 계획대로 되지만은 않는다는 사실

지도진의 맏이로서 모든 일들을 관리하고 분배하는 역할을 하는 나의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한 번 더 확인하고, 한 번 더 고민해서 판단하는 신중함을 지녀야 한다. 그런 내가 이번 일정에서도 ‘아차’ 하는 실수를 하나 했다. 캐나다는 잠시 경유하더라도 eTA를 발급받아야 한다. 토니를 제외하고 관장님과 조상우 사범님, 박지완 부사범의 eTA 발급을 내가 모두 하였는데, 분명히 여러 번 확실하게 확인했다고 생각하고 모든 자료를 챙겨서 인천공항에서 체크인을 하던 중 쿵 하고 정신이 가출할 뻔했다. 박지완 부사범의 여권번호에서 ‘3’을 ‘2’로 적어 발급을 받아 재발급을 해야 했던 것이다. 문제는 eTA 승인을 받기 전까지 체크인이 불가능했다. 승인을 받기 까지 최소 1시간에서 최대 12시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어쩌면 박지완 부사범만 한국에 두고 가야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지완이에게는 너무 미안했고, 관장님께는 너무 죄송스러웠고, 우리들의 일정을 준비한 아돌포 사범에게도 굉장한 실례이기 때문에 등에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 관장님과 조상우 사범님, 토니를 먼저 체크아웃해서 들어가 계시도록 하고 eTA 발급이 되기만을 목 놓아 기다리기를 2시간, 5분에 한 번씩 이메일을 확인하던 지완이가 ‘승인 나왔어요!’ 소리쳤다.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 하며 온갖 기도를 속으로 했던 나에게는 정말 어딘가에 신이 있기라도 한 듯 최고의 감사한 순간이었다. 이로써 어떤 일을 처리할 때 눈을 조금 더 크게 뜨고 칼같이 확인해야 함을 온 몸으로 깨달으며 한 단계 더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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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장섭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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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태권도신문 임장섭 편집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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