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학교폭력이라는 늪, ‘태권도’라는 교육적 밧줄로 살려내자
하명진 박사
- 영산대학교 태권도연구소 소장
- KOREA 태권도 유네스코 추진단 사무차장
학교폭력은 이제 단순한 학생 간 갈등을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리 잡았다. 언론을 통해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집단 괴롭힘과 사이버 폭력 그리고 저연령화된 가해 양상은 우리 사회가 더는 이 문제를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피해 학생의 삶을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가해 학생도 왜곡된 가치관 속에서 성장하게 된다는 점에서 학교폭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 전체의 위기로 발생 후의 ‘단죄’보다 발생 전의 ‘예방’에 집중하는 교육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대응 방식은 여전히 사후 조치에 치우쳐 있다. 처벌 강화와 제도적 장치도 중요하지만, 폭력이 발생하기 이전에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교육적 접근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전통 무도이자 생활체육으로 자리 잡은 태권도 교육이 주목받고 있으며, 본인(영산대학교 태권도연구소 하명진 박사)이 연구한 학교폭력 예방과 태권도 수련 교육에 관한 학부모의 인식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부모들은 태권도 교육이 학교폭력 예방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하고 있다. 특히 부모의 성별, 연령대, 학력에 상관없이 일관된 결과가 나타났다는 점은 태권도가 특정 계층이나 환경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 예방 교육 수단임을 시사한다. 이는 오늘날처럼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공존하는 교육 환경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더 나아가 태권도가 특정 계층에 국한된 운동이 아니라, 보편적이고 실천적인 인성교육 수단으로서 이미 검증되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태권도가 주는 가장 큰 교육적 힘은 ‘몸’이 아니라 ‘정신’에 있으며, 태권도 수련은 예의, 염치, 인내, 극기와 같은 가치를 반복적으로 체득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인성교육은 교실 안에서의 이론 중심 교육이 채우지 못하는 ‘몸으로 배우는 인성’을 함양하며 타인을 존중하고 스스로 자신의 충동을 절제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즉, 폭력의 시발점이 되는 분노와 공격성을 다스리는 법을 도복을 입고 땀 흘리며 태권도 교육을 통해 배우는 것이다.
또한, 태권도 교육은 신체적 자신감과 자기방어 능력을 길러준다. 이는 힘의 과시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실제로 학부모들은 태권도 수련을 통해 자녀가 공격성을 드러내기보다는 오히려 더 침착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이게 된다고 인식하고 있다. ‘강해져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강하기 때문에 싸우지 않는 것’이 태권도의 참된 교육적 가치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태권도장은 또 하나의 사회적 배움터의 기능을 수행한다. 수련생들은 그 안에서 소속감, 협동심, 동료 의식을 배우며 건강한 또래 관계를 형성하게 되며, 이러한 긍정적 관계 경험은 학교폭력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고립감과 배제 문제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선행연구들 역시 태권도장이 지역사회에서 학교폭력 예방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효과가 특정 조건에 제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년이나 수련 기간과 관계없이 태권도 교육이 학교폭력 예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태권도가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실천적 대안임을 의미한다. 이미 전국적으로 수많은 태권도장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곧바로 활용 가능한 교육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패러다임과 방향의 전환이다. 태권도를 단순한 체육활동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핵심 교육 자원으로 재인식해야 한다. 교육 당국과 지역사회, 태권도장이 협력하여 인성교육과 예방 프로그램을 체계화하고,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태권도 지도자 역시 단순한 기술 전달자를 넘어 인성과 가치관을 가르치고 이끄는 교육자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학교폭력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람을 바꾸는 교육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예방책이라는 사실이다. 태권도는 그 교육을 가장 자연스럽고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도구다. 유네스코 세계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앞둔 태권도의 가치를 이제는 우리 아이들의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해 적극적으로 현실에 투영해야 한다. 태권도의 ‘예(禮)’가 교실에 흐를 때 비로소 학교폭력 없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