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태권도신문] 세계태권도연맹(World Taekwondo, 총재 조정원)이 주최하는 첫 'U-21 세계태권도선수권'이 3일(현지시각) 케냐 나이로비 모이 국제스포츠센터 카사라니에서 개막했다.
이번 대회는 WT가 17~21세 선수들에게 독립된 세계무대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 처음 창설한 세계선수권 시리즈다. 청소년과 시니어 사이 격차를 해결하고 가장 열정과 폭발력이 넘치는 연령대에 맞춤형 무대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첫 대회부터 WT난민팀과 개인중립국(AIN)을 포함한 75개국 452명의 세계 정상급 선수와 기대주들이 대거 출전했다. 최근 우시 세계선수권 우승자를 비롯한 각국의 에이스들이 참가해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번 대회는 G-4 등급으로 우승 40점, 준우승 24점, 동메달 14.4점의 비교적 높은 랭킹 포인트가 부여된다.
대회 첫날 한국의 차세대 기대주 김향기(서울체고)와 양준영(한국체대)이 나란히 은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49kg 김향기는 결승에서 다수 유럽대회 우승과 최근 우시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획득한 개인중립국(AIN) 밀라나 베쿨로바에게 라운드 스코어 0-2(1-2, 0-0 우세패)로 패했다. 시니어 메이저대회 도전 이후 첫 메달이다.
1회전은 머리 공격 직후 상대의 오른발 바깥 몸통 안차기 변칙 기술에 실점했다. 날카로운 돌려차기로 만회를 노렸으나 유효타로 인정되지 않아 1-2로 내줬다. 2회전은 양측 모두 앞발 공방으로 빈틈이 없었다. 몸통 돌려차기가 점수로 연결되지 않았고 0-0으로 끝났다. 유효타에서 앞선 상대에게 우세승이 선언됐다.
고교생 신분으로 올해 국가대표 1진에 발탁된 김향기는 2022 소피아 세계유소년선수권 우승, 2024 춘천 세계청소년선수권 준우승, 올해 춘천 코리아오픈과 아시아청소년선수권 우승 등을 차지하면서 승승장구해 현재 세계랭킹 6위에 올라 있다.
김향기는 "시니어 첫 메달이라 매우 기쁘다"며 "올해 계속 메달을 못 땄지만 크고 작은 여러 국제대회를 경험하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동계훈련 열심히 해서 내년에는 반드시 정상에 서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자 +87kg 양준영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결승에서 카자흐스탄 베이바르스 카블란에게 0-2(2-3, 2-4)로 패했지만 국제대회 네 번째 도전 만에 첫 메달을 획득했다.
1회전은 상대의 주먹과 오른발 돌려차기에 실점해 2-3으로 내줬다. 2회전은 빠른 오른발 돌려차기로 선취했으나 곧바로 동점을 허용해 2-2가 됐다. 후반 20초를 남기고 몸통을 허용하며 2-4로 패했다.
양준영은 "국제대회 네 번째 도전 만에 처음으로 메달을 획득해 국제 경쟁력을 보여준 것 같아 스스로 희망적인 대회였다"며 "이번 대회 입상으로 자신감도 얻고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을 느꼈다. 내년에 꼭 국가대표에 선발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날 남자 -58kg에서는 우시 세계선수권 우승자 아볼파즐 잔디(이란)가 정상에 올라 올해 열린 세계선수권 타이틀을 모두 휩쓸었다. 여자 +73kg에서는 2019 타슈켄트 세계유소년선수권 우승자 제흐라 베굼 카부크추오글루(튀르키예)가 우승했다.
한국은 올해 시니어 국가대표 1진 중 U-21 연령에 해당하는 4명 모두 출전했다. 우시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단숨에 세계랭킹 1위에 오른 -54kg 서은수(성문고), 방콕 그랑프리 챌린지 정상에 올라 시니어 경쟁력을 입증한 -67kg 곽민주(한국체대), 차세대 에이스로 꼽히는 -49kg 김향기(서울체고), 2025 아시아선수권 금메달리스트 -62kg 이가은(울산스포츠과학고)이 주축 전력이다.
여기에 대한태권도협회(KTA)의 전략 추천 선수 7명이 합류했다. 방콕 챌린지 우승자 -68kg 문진호(서울체고), 샬럿 챌린지 우승자 -63kg 정우혁(한국체대), 2024 춘천 세계청소년선수권 우승의 -80kg 박재원(경북체고), 전국체전 우승자 -73kg 노희승, +87kg 양준영(한국체대), 세계청소년선수권 우승·MVP에 올해 아시아선수권까지 석권한 -46kg 이유민(관악고), 아시아선수권 우승자 -53kg 김시우(서울체고)까지 총 11명이 U-21 대표팀을 구성했다.
조정원 WT 총재는 "2020 도쿄 올림픽 때부터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선수들이 많이 활약하고, 또 가장 열정적이고 폭발적인 기량을 뽐내는 시기"라며 "청소년보다 숙련됐지만 시니어 노련파들과는 다른 패기와 생동감이 경기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황금전성기 선수들이 U-21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태권도를 더욱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며 "첫 대회를 아프리카에서 개최한 것 자체가 WT 세계화 전략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밝혔다.
경기 후 열린 개막식에는 조정원 WT 총재, 양진방 부총재, 서정강 사무총장, 이사카 이데 아프리카태권도연맹 회장, 엘라이저 므왕기 케냐체육문화유산부 차관, 강형식 주케냐한국대사 등이 참석했다.
대회는 6일까지 나흘간 계속되며, WT는 이번 나이로비 대회를 통해 글로벌 저변 확대와 차세대 스타 발굴을 목표로 하고 있다.





























